'에이전시'와 '인하우스' 소셜미디어 마케터
인간오세정(~2015상반기)
'소셜미디어 마케터'를 꿈꾸거나 지금 하고 있는 업계의 후배들이 간혹가다 묻는 질문이기도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기도 하고, 언젠가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아직도 이 사회에서 나의 커리어나 경력은 초라하기 그지 없고, 개인적인 주관적인 경험이겠지만 어쨌든 이 타이밍에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봐야겠다.


'에이전시' AE생활을 돌아보니...



1. 고 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것 같다. 

물론 내가 고 3 때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를 한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에이전시'에서 나조차도 놀랄정도로 '소셜미디어'라는 것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던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열심히 한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20대중후반이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30대가 되었는데, 내가 사회적으로 잘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그 생각하니까 무섭더라. 내 후배들이 나보고 '저 선배는 잘하는것 없는 그냥 찌질한 선배'라고 생각하면 오싹하자나? 그래서 나도 다른 AE들과 마찬가지로 겁나게 열심히 공부했다. 슬라이드쉐어에서 'blog'나 'social'로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란 자료는 다보고 RSS리더기로 국내 유명인들 블로그 다보고, 무지하게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럴수밖에없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당연한거지...


2. 머리로 이해한다고 다 되는것은 아니다. 

어느 날 머리속에다가 무지하게 이런저런걸 때려넣고 '나는 겁나 많이 안다' 라고 자만심에 빠져있을때 회사 내부 워크샵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질의응답을 하면서 깨달았다. '씨바...머리로 아는것과 남을 이해시키는것은 천지차이구나' ... 내가 말하는 것을 다른사람들이 '왜 이걸 모를까?'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해를 시켜야하니까말이지...그게 실력 아니게는가? 지금에야 '소셜미디어 필수론'을 외치는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안그랬거든, 그리고 기껏해야 나는 쥬니어... 암만 떠들어대도 그냥 사회초년병이 떠드는것 뿐이었으니까...

그랬기 때문에 이것이 정말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물론 그것은 '에이전시'이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야하니까... 남을 가르치는 수준, 즉 이해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턴 나만의 용어로 이놈의 '소셜'이라는걸 소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던것 같다.  어차피 남들이 하는거 연구해봤자 그사람 언어밖에 안되니까, 그때부터 이 블로그를 만들어서 포스팅도 하게 되고, 주제에 외부에서 강의요청이 오면 강의도 나가고 업계고수분들과 만남도 많이 가지고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혼자 연구하는게 아니라 내가생각하는것을 다른사람과 이야기도 해보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던것 같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
말로 표현하는 것
글로 표현하는 것
질의응답을 하는 것
남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

결론적으로 이것은 각 단계마다 무수히 많은 차이가 있고, 사람이 겁나게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3. '나는 경험이 있는가?'

겁나게 아는척하고 다니던 도중 어느날 나 스스로에게 '니가 뭔데?'라는 질문이 생기더라. 기껏해야 사회생활 3-4년차밖에 안 된 주제에 '기업은 소통을 해야합니다', '소통이 핵심입니다' 라고 주절주절대는게 스스로 너무 웃긴거다. '과연 그 기업에 나보다 잘나고 경험많은 사람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너무나 창피한거다. 씨바... 얼굴이 화끈거리고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블로그에 글을 안썼다. 이 블로그가 죽어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전시'에서 일잘한다고 평가받는게 왠지 보고서나 잘쓰면 되고, 멋진말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믿게 만들고... 뭐 이런것도 분명히 중요하긴 한데... 그래서 직접 내가 A부터해서 Z까지 완료한 것은 뭐가 있는지? 어떤 기업에서 각 조직간의 업무가 장난이 아닐텐데 이런것들을 협업해나가며 해본 경험이 있는가? 온라인 말고 기타 다른 마케팅 방법론에 있어서 유기적인 호흡을 통해 전체적으로 뭘 해본게 있는가? 정답은 없다 였다.

에이전시에서 근무하여 전문성을 쌓는것도 중요한 일이긴한데, 왠지 나의 소심한 성격에 멋진말로 글쓰는것도 귀찮고 어디서 전문가라고 하며 이야기하는것도 영 맞지 않고 말이지... 그래서 '전국블로거노래마당'같은것도 하고 이상한 것들에 심취했던것 같다.



결론적으로, '에이전시'의 최대 강점은!

'에이전시'의 특성상 지식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에 최신의 트렌드와 정보에 대한 습득, 그로인한 개인이 성장하기에는 그만한곳이 없다. 그리고 가장 좋은것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에이전시'에 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인하우스'에 와보니 엄청난 메리트라는 것이다. '척하면 척'이라고 해야하나... 쓸데없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하거나 설득하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비슷하게 '소셜'이라는것을 바라보니 기본베이스는 갖춰져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게 사실 엄청난 거!!



'인하우스' 담당자가 되어보니...



1. 외로운 싸움, 디테일이란 기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난 지금 한 400명 정도되는 규모의 IT회사 '마케팅팀'에 들어와있다. 신입부터 큰게 아니라 경력직으로 들어오다보니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느낀점을 끄적여보자. 일단 큰 대기업이 아닌이상 '소셜미디어 전담팀'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전문가들이 '소셜미디어 전담팀'을 만들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소셜미디어 전담인력'만 있어도 아리가또 하겠어. 참고로 현재 내업무에 있어서 기업블로그에 대한 리소스 투입은 20%미만이다. 사치라고 사치... 얼마나 일이 많은데... '소셜미디어'라는 단어 자체가 부담이라고...;; 

대부분 기업은 대기업이 아닌이상 담당인력을 1명수준으로 두는것 같다. 크헝... 이럴때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에이전시 시절 저 심연의 깊은곳까지 실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알아두지 않았으면 난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에이전시 대리시절에 아래 애덜한테 블로그 어떻게 만들어라 지시하고 만들고 이런게 아니다. 혼자 다해야한다.  게다가 경력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디테일하게 알아야할거 아냐, 결국 결론적으로 혼자서 A부터 Z까지 다해야하고 다 판단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 선지자 세례요한이 되어 조직문화에 변화를!

수많은 전문가들이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을 한다. 매우 맞는 말이다.
'에이전시'는 어떻게 보면 대부분은 '소셜미디어 필수론'을 믿는 신자들이라고 한다면 '인하우스'에서는 안그러는 경우가 많을테니까!! 개인적으로 행정학을 전공해서 이런 조직문화나 행태에 관심이 많은데, 그리고 이런곳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약 1년동안 노력을 했는데도 조직전체가 변화하지는 않는다. 장담컨데 어떤 조직이라도 모든 조직원들이 '소셜미디어 필수론' 신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단, '소셜미디어 필요론'의 신자가 될 순 있다.
즉, '저것이 효과가 있구나', '저것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시발점이긴 한데, 이거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영진들앞에서 PT를 할것인가? 말로 떠들어서 될게 아니다. 더군다나 '시니어'급이 아니라면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 그럴때, 가장 확실한 것은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멋진 단어, 텍스트, 화려한 이미지... 다 필요없다. 눈에보이는 성과를 보여서 담당자가 먼저 신뢰를 쌓고 그 뒤에 채널이나 마케팅방법의 신뢰를 얻는것이 맞는것 같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는게 제일 맞다. 그래서 믿게 만들어야한다. 어쨌뜬 소셜마케팅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앞서나가는 트렌드일테니...선지자 세례요한처럼 기적을 보여야!!


3. 확실히 시야가 넓어진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확실히 '인하우스'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으나,
난 이곳에서 TV광고도 찍었고, 배너광고도 돌리고, 개발자들과 페북앱도 직접 만들어보고, 전체적인 조직적인 협업도 경험하고 있다. 회사를 그렇게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역시 '인하우스'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하우스의 최대 강점은...

깊이는 분명 얕다. 에이전시시절에는 '인하우스' 담당자들의 그 깊이가 얕음을 무시하기도 많이 했는데, 깊이가 얕은 대신 범위가 넓다. '소셜미디어'에만 국한되어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방법론에서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 같다.



에이전시 그리고 인하우스

어릴때는 무조건 '인하우스'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지내다보니 그런것도 아닌듯 하다. '에이전시'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가 더 좋아요?'라고 물어보는데, 뭐 그건...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른것 같다. 물론 에이전시나 인하우스나 다양한 환경이 있을테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건... 너무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실력 쌓는게 정답인것 같다.
굳이 잘난척할 필요도 없고, 멋있게 말하려 들 필요도 없고, 이 업계도 자기만의 언어... 개성이라고 해야하나...암턴...킁

추가로 네트워크 쌓는것은 찬성이다! 좋은 라인에 업계 선수들과 만나다보면 그냥 말 한번섞어보는게 백날 공부하는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많이된다!

난, 이제 뭘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