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담당자로써 제갈량을 배우고 있다!
인간오세정(~2015상반기)

나에게 단 한명의 존경하거나, 닮고싶거나, 멘토를 삼고 싶은 위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제갈량'을 택할것이다. 수경선생 사마휘가 유비에게 '복룡과 봉추' 둘중 한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바로 그 복룡... '누워있는 용'이 제갈량 아니었던가!

오장원에서 죽은 후 후주유선으로부터 '한승상제갈무량후'에 봉해진 '제갈량'은 삼국지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지 전문가들이 삼국지의 주인공을 한명만 꼽자면 '조조'를... 두명을 꼽자면 '조조와 제갈량'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흔히들 그놈의 정량적인 수치로 삼국지의 모든 인물들을 픽스시켜버린 KOEI사의 삼국지 시리즈에서 매력100은 유비, 무력 100은 여포, 지력 100은 제갈량이란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삼국지 최고의 지략가인 제갈량!!

갑자기 뭔 뚱딴지 같은 제갈량 타령이냐!!

결론부터 말해서 내가 제갈량을 좋아하는 이유는 뛰어난 지략가인것도 좋아하지만,
상황에 대해 징징대지 않았기 때문에 좋아한다.


#. 제갈량 이야기


연의에서 보면 서기 207년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 한다.
제갈량은 고민이 많았을것이다.(실제로 연의에서도 그렇게 그려지기도 한다.)
땅 한쪼가리 없는 '유비'보다는 형주일대에 자리잡은 유표나, 강동의 손권(그땐 손책이었나..뭐암튼), 중원의 조조 밑에서 일하면 훨씬 편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갈량'은 아무것도 없는 유비를 선택하게 되고, 후에 천하삼분지계를 통해 위, 촉. 오의 삼국을 형성한다.

문제는 여기서 부턴데, 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하면 그때 당시 삼국의 경제, 군사, 정치, 문화를 합친 국력의 비율은 위, 촉, 오가 나란히 7:1:2정도였다고 한다. 쉽게 말해 촉나라는 최약소국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력뿐 아니라 장수에서도 나타나는데, 쓸만한 자원이 촉에서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오호대장군은 그 위명과 달리 이후에 너무들 빨리 죽어버려서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한다.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한중으로 나아갈때, 촉나라에는 A급장수가 극히 없었다. 조자룡은 늙었고, 위연 정도를 빼면 장익이나 장억...게다가 일을 그르치는 꼬꼬마 마속... 이런 70대급장수(KOEI삼국지의 폐해다)들 뿐이었다. 촉은 모든 국운을 걸고 싸우는 형태였고, 위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나 강원도의 전방부대가 싸우는 형태였을 뿐이다.(나중에 중앙에서 파견을 하긴 하지만...)


#. 내 이야기

난 대행사에서 한 4년있었고, 나름 기업 인하우스라고 하는곳에서의 경력이 나머지 1년넘게를 차지한다.
초기 1년차때를 빼면 이후로는 '소셜'에 관련한 일들을 해왔다.

한 2~3년차때쯤...
그때는 내가 이 블로그를 아주 열심히 운영할때인데, 어느날 블로그에 글을 잘 안쓰게 되었던 이유가...
'돌아보니 너무 창피하단 것' 이었다.

난 굉장한 파이터였는데, 항상 내가 있는 조직이 트렌드를 따라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있었던것도 같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례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당연히 내가있는 조직(주로 Agency였겠지만)도 업계를 리드하기를 원했던것 같다. 그리고 내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로 항상 앞서나가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했으면 했던것 같다.

물론 그것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것은 사실이겠으나, 어느날 사회짬밥도 먹어가면서 돌아보니 겨우 2~3년차 찌지리인 내가 말하는게 '꼭 그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론적으로는 맞을지 모르겠으나 어떤 조직이던 상황과 특수성이 있을테고, 내가 무언가를 해서 대박을 냈다거나 이런 사례가 없는데 내가 블로그에 글로 떠드는게 참 웃기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Agecy가 아닌 Inhouse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블로그에 글도 잘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난 지금 어떤 기업의 마케팅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 So what? 제갈량이 뭐?

특히, 요즘들어 더욱 절실하게 이 '제갈량'이란 인물이 대단하다고 느끼는게, 앞서도 말했지만,
상황에 대해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조직...(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촉나라겠지만)을 정확하 파악하고 있었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정책을 펼쳐나갔다.

아쒸팍...위나라는 조낸 강한데...오나라는 비옥하고 위치도 좋은데...우리나란 장수도 없고...짜증나...

라고 투정만 부리진 않았을 거다.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관련하여 나도 그랬고, 지금의 내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회사는 왜 투자를 안하지? 아... 이걸 하면 대박일텐데... 소셜미디어 전담팀을 만들어야 하는거아냐?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럴때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사실 나도 2~3년차 즈음에는 그런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뭐라 못하겠다...ㅋㅋㅋㅋ 

간혹 이야기하다 보면 '소셜미디어 필수론'처럼 요즘 시대에는 이것을 꼭 해야하고, 많은 투자와 전문가들이 운영하고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이런 효과를 내야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것이 중요한 기업이 있겠지만 내가 있는 곳은 아직 이것보다는 더 많은 마케팅적인 기본업무들이 많고, 더 중요하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그것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관심이 없어... 라고 자조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징징대지말고 하나하나 문화와 사례를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이 이야기도 써야겠군!)

예를들어 현재 난 업무의 30%정도를 회사블로그와 페이스북 운영에 쏟고 있는데, 그 30%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 블로그에 글하나 쓰는게 쉬운일은 아니지만 남는 시간쪼개서 기획하고 쓰려하고 있고, 얼마전엔 또 남는시간 쪼개서 페이스북 앱페이지 이벤트도 했고, 여러가지 주어진 소중한 자원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ROI라는 것은 투자대비 효과인데... 철저하게 입각해서 하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큰 기업에서 대행사를 쓰고 엄청난 투입을 하는것과 달리 소소하게 투입하니 이정도면 만족한다...ㅋ

제갈량에게 위와오를 동시에 정벌하라고는 못할 것이다. 예를들어 '위'의 정벌은 전형적인 광고라고 치고, '오'의 정벌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이라고 구분해보자.(실제로 구분짓기는 어렵겟지만...) 그럴때 꼭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광고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광고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소셜미디어'가 해답은 아닐수도 있고, 우선순위가 아닐수도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