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장기적인 방법일 뿐이고, 나는 지금 바로 부정적 이슈를 막고 싶을 뿐이고~
인간오세정(~2015상반기)

CK의 정용민 부사장님이 포스팅한 글을 보고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련다.

어떤 클라이언트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클라이언트와 어설프게 조금 아는 클라이언트 중 어떤 것이 편할 것 같은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온라인'에서의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은 이미 모든 마케팅이나 PR담당자가 인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아예 모르는 클라이언트와,
어설프게 조금 알면서 다 아는 것 처럼 말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어느쪽이 어려울까?

사실 이런 질문은 Agency의 입장에서는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내가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고 설득을 못하는 것에 대해 분개함이 당연하지만, 그놈의 짬밥에 의해 클라이언트 앞에서 제대로 말을 못하고 제지당하는 경우도 간혹있다.
(사실 업무에 빡센것 보다 이런게 더 힘들다. 뭐 물론 내가 옳다는 너무 거만한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얼마전 있었던 어떤 클라이언트와의 '디지털PR' 관련한 미팅에 있었던 이야기다.

밑단에서 제안서작업을 하는 철산초속은,
이 클라이언트의 경우 (개인적으로 무지하게 싫어하는) 바이럴마케팅이 전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인지도도 있는 기업이고 가만 내놔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 기업은 '소통'을 한적이 별로 없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그들의 대화에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그렇지 못하면 귀귀울여 듣기를 하던가....)

그래서 제안을 한 것이 두가지다.
하나는 기업블로그의 개설이고,
다른 하나는 블로거 릴레이션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기 위해
직접 블로고스피어안으로 들어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소통을 하고,
또 영향력있는 블로거들과 관계를 맺고 오해를 줄이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자는 거였다.

나의 상관(?)의 제안서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클라이언트로 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공감한다. 블로그를 만들고 블로거릴레이션하는 것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단편적인 것 말고....'블로그'만 하는 것 말고 좀 더 큰 그림을 원한다.
(이러면서 앞으로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블로그란게 카페나오고 포탈나오고 그리고 그다음에 뜨는건 알겠는데,
이 포탈에서 지금 우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 이것을 막을 단계적인 그림이 없다 이거다.
1단계에서 이런것을 어떻게 막고, 2단계에서 또 이만큼 막고 3단계에서 이정도 막아서
결국 나중에는 이정도만 되게 하는 그런게 없다


이건 또 뭥미?
내가 만든 제안서를 이해를 못한것인가?
그들은 블로그를 그저 유행의 한가지 툴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유저들이 쓰는 네거티브 이슈를 막아달라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란말인가....

이것에 대한 해답을 나는 분명히 제안을 했는데, 왜 다른소리를 할까 생각을 했다. 
소비자들과 '소통'을 통해 이런 네거티브한 이슈를 통제할 수는 없어도 줄일 수 있고, 
긍정적인 이슈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거란 말이다. 

결국, 나중에 내가 들은 말은
'블로그 같은 장기적인 나중에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이야기는 흘러흘러 그런 이슈의 관리를 위해 그놈의 '바이럴마케팅'으로 귀착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백보양보해서 생각해보면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십여년넘게 언론PR과 기자관계를 해오다가 어느날 문득 '블로거'라는 귀찮은 존재가 생겼으니 말이다.

나에게 발언권이 없어 당시 미팅에서는 단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나의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럴때는 정말 R&D팀이고 싶다. 후어....
나는 역시 찌질이였던것이다...ㅡㅡ;;

블로그가 장기적인 안목이라고?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느리겠네 이사람들아....귀있는자는 들을찌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