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성적표를 꺼내보니...
인간오세정(~2015상반기)
얼마전에 '패밀리가 떳다'에서 스타들의 예전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반갑다 친구야~'를 하는 프로그램이나
'TV는 사랑을 싣고' 등을 보면 항상 스타들의 초등학교 성적표가 나왔다.

거기서 나의 의문은!!
'선생님들이 너무 학생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쓴다는 것' 이었다.

'-노력부족', '-하나 -하려 하지 않음' ... 등등...

내 기억에 분명 나의 성적표는 좋은 칭찬의 글만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분명 우리학교가 좋은 말만 써주는 학교였던가, 아니면 난 정말 착한아이였던 것이다. 역시...후훗
(같은 학교친구의 성적표는 보지 못해서 비교가 안된다.)

오늘 문득 '25년 전 성적표를 꺼내보니...' 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나도 한번 뒤져보았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의 '생활통지표'라 불리는 성적표를 모두 획득하고 있는 철산초속이다.
86년부터 91년까지의 초등학교 성적표..!! 당시에는 당연히 '국민학교'였다.

잘보면 5학년때부터 생활통지표 디자인의 변혁이 보인다.
누런색이라니...멋지다...광명북국민학교 화이팅이다~



1학년때,
역시 난 예의가 바른 아이였다.
이때 당시 철산초속의 '태그'를 분류하자면, '착실', '바름', '단정', '예의'였다.

나는 무려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학교에 바로 들어가서 한글도 잘모르고 구구단도 몰랐었다.
역시 이때부터 천재끼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잘 적응하다니...


2학년때,
이건머 행동발달사항이 전부다 '가'다. 역시 좋은말만 씌여있다.
'자기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잘 처리함'을 보니 역시 난 알아서 잘하는 아이였다.

한가지 특이한건 '차분하고 온순하며'와 '말이 없고 조용한 가운데'라는 것이다.
그래, 여기서 증명이 된다. 난 원래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다.
이 사회가 날 이상하게 만든 것 뿐...


3학년때,
아...이거머지...선생님이 굉장히 귀찮으셨나보다. 너무 짧다.
1년사이에 평가가 달라졌다. 조용한 아이 철산초속은 갑자기 명랑쾌할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무언가 기연이 있었나보다.

여기서도 강조되는 '예의'...캬하...난 정말 '예의'가 바른 인간이다.
요즘말로하면 '개념'있던 아이였던것이다.
게다가 '학급일에 협조적' 항상 개인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철산초속의 성향은 이때부터 였던것이다.

서서히 '위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학년때,
비슷한 맥락이다.
'급우간에 협조적', '학급일에 솔선참여'....난 역시 '이타주의'자 였다.
항상 남에게 더 주기를 원했고, 남을 더 챙겼던 '철산초속'의 모습...

그리고 다시 '온순, 성실' 해지고 있다.
아마 3학년때 너무 나대다가 신나게 혼난적이 있나보다.


5학년때,
이건머...진정한 '위인'의 모습아닌가?
'규칙을 잘 지키며 모든일에 열의를 보이고', '근명 성실하며 무슨일이나 잘해보려고'
음...솔직히 5학년때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때부터 정치의 눈을 뜬건지 선생님에겐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듯 하다.


6학년때,
어랏...이상하다... 뭔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4학년때와 똑같은 것이다!!

솔직히 4학년때와 6학년때 선생님은 동일인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했다.
우리 어머니는 학교에 거의 오지 않았는데,
학교잘안가고 선생님한테 선물안줘도 차별하지 않았던 선생님이라고 해서 이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이 선생님에겐 행동발달사항 FAQ가 있던 것이다.

조금 실망이다.
4학년때와 똑같은 평가라니...
아무래도 이런 유형의 녀석은 이런 글을 써주는 매크로가 있었나 보다.


So what?

요즘은 성적통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웹2.0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시대에도 이렇게 집으로 날라오는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난 정말 '예의'바르고 '착한'사람이란거다.
이 사회가 나에게 이상한 탈을 씌어놓고 있지만 난 착한사람이라는 일종의 증거라고 해야할까...

또 다른 이 글을 쓴 이유는 사실 4학년과 6학년 평가가 같아서이다. ㅋ

이걸 컴퓨터로 진행한다면 Ctrl+c와 Ctrl+v면 매우 쉽게 진행이 될 듯 하다.
그래도 '그 시절의 성적표'는 인터넷이나 웹이 줄 수 없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평가 몇마디가 이렇게 평생 남아있을줄은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6학년 성적표...이게 '올수'라는 것이다. (2학기땐 '산수'가 우로군...)
뭐 매우 흔한일이지만...

이건 자랑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이후 중학교 성적통지표를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성적을 좀 잘맞아온 모의고사 성적표만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난 중학교때부터 모략과 간계와 정치를 생활화 한듯 하다.

우리 아부지는 이게 나의 마지막 성적표인줄 알 것이다...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