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의 블로그 운영행태를 보면서...
인간오세정(~2015상반기)
난 좀 이미지가 안맞을지 모르겠지만, 무려 '행정학'을 전공했다.

졸업논문의 제목은,
"정책홍보의 효율적 방안연구" 였다.

정부의 정책집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응'이라고 표현되는 국민들로부터의 지지다.
이런 '순응'의 확보를 위해 난 '정책홍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이슈였지만 지금은 대학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참여정부때 노무현 전대통령이 '정책홍보'를 무지하게 강조한 뒤로
각 정부기관은 '홍보'에 매진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 블로그'나 '기업 블로그'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부처의 블로그'가 낄 공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정부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이 아닌 어떤 기관이 블로그를 운영할 수도 있으니까...

사실 맨처음 '기업블로그'라는 말이 주목을 받을때, 잠시동안 공무원이 꿈이었던
내 관심은 정부기관의 블로그였다.
기업들이 저렇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하려고 할때,
정부기관들의 블로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라는...

그리고 오늘, 어떤 부처에 용역입찰공고서를 봤다.

정부부처 블로그의 운영형태나 이런 입찰공고서를 보면서 느끼는건 다음과 같다.


1. 왜 대행을 줄까?

왜 직접 운영하려고 하지 않는가?
블로고스피어에서의 가장 큰 가치는 '신뢰'와 '투명'인데도,
많은 수의 정부부처 블로그는 대행사에게 운영을 맡기려고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예전 정부부처의 블로그를 대행하면서 느낀 것은 대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물론 별도의 인력이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래도 너무나 직접 운영하려고 하는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2. 왜 캐릭터를 만드는 걸까?

위의 것과 같은 내용이겠지만, 정부부처의 블로그들은 꼭 캐릭터를 내세우는것 같다.
국민들에게 기관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다가가기위한것이 목표인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런 캐릭터들보다는 'OOO기관에 OOO과장'이라던가
실제 내부인력을 노출하는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아니면 팀블로그 형식으로 하던지 말이다.

'기업블로그'를 회사내부의 누군가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에 있어서 단점중에 하나가
그 직원이 이직해버리면 낭패라는 것인데, 공무원이 뭐 크게 이직할리도 없고....

오히려 그런것이 국민들에게는 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3. 왜 '정책'이야기만 하는걸까?

기업이 파는것이 '서비스'나 '제품'이라면,
정부 기관은 '정책'일 것이다.

너무나 '정책'이야기만 하려는 것 같다.
물론 블로그의 운영목적중에 하나가 국민들에게 알기쉽게 정책을 홍보한다는것이 포함되겠지만...

기업블로그에 갔는데 자기네 기업제품 사용법만을 매번 늘어놓는것과 같다.

어떤 기관이 있으면 그 기관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그 내부에서 공무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공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야근을 하는지...
하루 업무 프로세스는 어떤건지... 이런걸 통해서 좀 더 기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하고,
국민들이 모르는 부분을 공개하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블로그가 잘 보이지 않는다.



4. 왜 기자단이나 이벤트로 트래픽을 유도하려고만 하는가?

대행으로는 못믿겠는지, 많은 정부기관들이 운영하는 것이 '기자단'이다.
실제로 국민들을 참여시켜 그들로 하여금 관심을 유도하고 홍보를 하는거에 대한 취지는 좋은데,

이런 기자단운영이나 블로그 이벤트를 하는 것이 너무 트래픽을 높이려는데에만 집중해 있는것이 아닌가 한다.

블로그에 일단 사람들이 와야한다는 것에는 인정하지만,
방문자수가 높다고해서 그 블로그에 충성도가 높은건 아니다.

아마도 아직도 많은 기관들은 방문자수나 댓글수등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RSS 구독자수등에 신경쓰는 부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5. 왜 예쁜 기사형 포스팅을 하는걸까?

대행사가 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포스트를 예쁘게 꾸미는 경우가 많다.
어떤경우에는 포토샵으로 글씨 이미지를 만들어서 삽입하는 경우도 많고,
'기사'처럼 완벽한 틀의 글들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SEO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블로그라는 건 사람냄새가 풍겨야하는데,
사람냄새좀 풍겨줬음 좋겠다.



6. 왜 네이버에만 몰려있나?

자체적으로 만드는 블로그툴도 있지만, 많은 정부 기관의 블로그들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머 기업들도 비슷한 것 같은데, 그 트래픽의 유혹을 버릴 수 없나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싸이타운, 네이버, 다음, 티스토리 등등 다양한 툴에서 블로그 비스무리한 것을
운영하면소 같은 컨텐츠로 채우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툴'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경운데,
미국 GM이 블로그가 많은 이유는 '툴'이 중심이 아니라 '블로그 성격과 필진, 그리고 타겟'이 중심이었다.
블로그가 몇개가 있어도 컨텐츠의 내용은 달랐다. 어떤 '소셜라이징'이 되어있느냐가 중심이었던 것이다.


So what?

방금 어떤 기관의 '블로그 및 기자단 운영 제안 요청서'를 보면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공공기관의 제안서를 보면 항상 들어가 있는 것이,
'네티즌 의견 수렴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정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할 마인드가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다.

물론, 잘하는 기관도 있겠지만....

나한테 시켜주면 잘할텐데...;;; 행정학+PR+온라인을 조금씩 다 만져본...철산초속...;;